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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vel

글 / 에리카 / 파르란 계절에 꿈은 시들고

 * 사망 소재 주의해주세요.

 

 

 깨어서는 결코 갈 수 없는 높고도 먼 곳에, 깨질 듯한 유리와 얼음으로 이루어진 궁전이 있다고 했었다. 사방을 둘러싼 얼음 벽은 얼굴이라도 비칠 만큼 파르라하고, 누구 하나 사람의 기척은 보이지 않지만 제일 깊은 곳에 숨겨진 거울의 방에는 성의 주인이자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사람이 잠들어 있다고 했다. 그의 잠은 깨워서도 안 되고, 깨울 수도 없는 것이라고. 맑은 넋으로는 다다를 수 없는 곳이기에, 누구나 그저 마음 속으로만 상상하고 마는 곳이라고. 그런 동화를 들은 적이 있다.

 

 밤이 깊었으나 연인의 모습은 그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가 없었다. 이불 속에서 머리만 내밀고 방 문만 뚫어져라 노려보던 카게히라가, 조심히 침대에서 내려와 슬리퍼에 발을 끼웠다. 보름이었다. 달빛이 창가를 파고들어 상냥하게 어둠을 몰아가고서, 그러고도 남은 몫을 여전히 비춰주고 있다. 희한하게도 잠은 전부 달아나서 지금이라면 동화로만 전해 듣던 얼음의 궁전에라도 갈 수 있을 것만 같다. 카게히라는 천천히 현관 문을 밀어젖히며 식탁 의자에서 거둬 온 카디건을 느릿느릿 꿰어 입었다. 길고, 가느다란 인영이 제가 예상했던 자리에 예상하던 대로 서 있는 게 보였다. 그다. 저에 못지 않게 하얗고 마른 남자. 부러 기척을 내지 않으며 느리게 그의 뒤로 다가가, 저보다 조금 높은 등에 머리칼을 묻었다.

 

 

 “스승님.”

 “밤중이다, 카게히라.”

 “응, 그건 내도 안다…. 밤인데 스승님이야말로 와 안 자고 있나.”

 

 

 목석처럼 버티고 선 연인은 움직이지 않는다. 달을 보는가 싶어 시선을 들어서 그의 눈을 좇자니 어느 틈엔가 제 손 위로 하얀 손 하나가 얹혀 있었다. 약간의 망설임. 그걸 놓치지 않고 힘껏 맞잡으며 카게히라는 살짝 웃었다.

 

 

 “오늘도 아닌 모양이지.”

 “…응, 글네.”

 “잘도 태연하구나, 너는.”

 “스승님이 아 같은 기라. 봐라, 또 겉옷도 안 챙겨입구 나왔제.”

 “누가 누구를더러. 날이 차다는 게야.”

 

 

 짐짓 낮은 어조로 혀를 찬 남자가 단번에 방향을 바꾸어 집을 향해 걸어가기 시작했다. 카게히라는 잠깐 기우뚱했으나 그도 잠시, 행여 오늘의 달이 노하기라도 할까 그저 걸음만 재촉하며 연인의 뒤를 좇는 것이었다.

 

 

 “스승님, 적적하나? 같이 자까?”

 “보통 그런 건 이미 한 침대에 누워놓고 묻는 게 아니라는 거다.”

 “날이 아인 것뿐이다. 봐라, 다음달도 있구 그 다음달도 있구… 스승님은 오래 기다리는 걸 싫어하니까, 벌써 이골이 난 마음은 알겠지만.”

 “질리지는 않았어. 질릴 리가 없지 않느냐.”

 “아하하, 응, 응.”

 

 

 내뱉는 말은 무심하기 그지없으나 머리 위로 오가는 손은 그새 따스함을 찾았다. 무엇인지 할 말이 있는 눈치로 연신 입술을 달싹이는 그의 얼굴이 가물대며 이지러진다. 스승님, 내한테 할 말 있으믄… 깨어 내뱉은 말인지 잠꼬대인지도 명확하지 않은 채로, 제 입에서 나온 말조차 형태를 잃어 차츰 밤의 어둠 속으로 녹아간다. 달도 기울어 새벽의 색이 불 꺼진 촛대를 감싸도록, 아주 깊은 밤이 소리 없이 흐르고 있었다.

 

 

 그러나 개중에도 용감한 자가 있어서, 얼음 궁전의 주인을 깨우겠다 나선 사람이 있었다. 만류하는 친우들과 가족들을 뒤로 한 채 그는 여행의 채비를 마치고, 한 마디 전언도 없이 모두가 잠든 밤에 조용히 길을 떠났다. 그 길이란 참으로 멀고도 무료한 것이었는데, 제 이전에는 그 누구도 다녀간 자가 없어 남아 있는 기록에 의지할 수조차 없었으니 한층 외롭기란 이루 말할 데가 없었다. 모든 것이 초행이었다. 거친 가시 덤불과 시시각각 튀어 나오는 독을 품은 동물들, 여행자의 눈을 속이는 신기루와 검은 입을 벌린 채 도사리는 늪지대… 그야말로 모든 것들과 홀로 맞서 싸우며 그는 스산한 황야 위에 길을 만들어 나갔다. 외롭고 어려웠지만, 두렵지는 않았다. 그에게는 신념이 있었기에.

 

 

 이튿날 아침, 카게히라가 눈을 떴을 때 남자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제가 누워있던 자리 옆에 구겨진 이불만이 사람이 있었음을 증명해주는 듯했다. 침대 머리 맡에는 읽다 만 동화책이 펼쳐진 채 놓여 있었으나 카게히라는 삽화와 글자에는 눈길도 주지 않은 채 책장을 덮어 버렸다. 들릴 듯 말 듯 내쉰 한숨이 고요히 흩어졌다. 여전히 마음 속에서는 해가 뜨지 않았다. 미처 물러나지 않은 어둠과 맞서 싸우는 건 제 몫이었기에, 왼손 약지에 줄곧 끼고 있었던 반지를 매만지다가 이불에 얼굴을 묻고 말았다. 이래서 흐린 날씨는 싫었다.

 

 

 단정하게 교복을 갖춰 입고 나와서 향하는 곳은 학교가 아니다. 언제부터인가 이츠키 슈에게는 이와도 같은 비일상이 일상으로 자리해 있었다. 간밤에는 깜박 다녀가지 못했기에, 손목 시계를 한 번 확인하고는 걸음이 차츰 빨라지기 시작했다. 신호등의 파란 불이 점멸하고, 이내 빨간색으로 바뀌더니 기다렸다는 듯 출근길의 차들이 일제히 달려나간다. 표정 없이 하늘을 올려다 보는 이츠키의 왼손 약지에서는 은색 링이 희미하게 반짝인다. 때마침 휴대폰이 울렸다. 나루카미였다.

 

 손이 빠르고 손 끝이 섬세한 그녀는 그 아이의 절친답게 좋아하는 꽃을 사서 그새 꽃병에 꽂아주고 오는 길이었다. 자판기에서 뽑았다며 코코아를 건네는 손 끝이 살짝 튼 게 보였다.

 

 

 “손가락이 텄군.”

 “…아아, 이거? 핸드크림 바르면 금방 나아.”

 “너답지 못하구나. 이쪽 일은 이쯤 하고, 학교로 돌아가서 츠키나가 녀석이나 제대로 하고 있는지 봐두는 게 훨씬 생산적일 텐데.”

 “뭐야, 날 얼마나 봤다고. 우리 임금님은 잘 하고 있겠지, 이즈미 쨩도 있고. 나는 그보다 미카 쨩이 훨씬 중요해. 이건 아이돌이 아니라 사람 나루카미 아라시로서 하는 일이니까 이게 훨씬 더 힘든 건 말할 것도 없고. 그래도…”

 

 

 말 끝을 흐려버린 그녀가 눈을 들어 저를 바라보았다. 보라색 눈동자. 제 눈과 꼭 닮은 눈. 그래서일까, 그 아이는 포도맛 사탕을 먹지 않았었는데. 무심코 주머니에 손을 넣자 바삭거리며 미처 버리는 걸 잊고 있었던 사탕 껍질이 잡혔다.

 

 

 “…그래도 여기까지 왔으니까, 보고 가.”

 “그렇게 하지.”

 “…….”

 “오늘은 수업에 들어가거라, 나루카미.”

 “정말, 당신 진짜.”

 

 

 그게 긍정의 말이라는 건 왠지 모를 느낌으로 알 수 있었다. 그녀를 배웅한 뒤 병실 문을 열고 들어섰다. 나루카미가 새로 사다 준 꽃은 장미였다. 한참동안 붉은 꽃을 노려보다가, 손을 들어 느린 동작으로 눈가를 문지른다. 여전히 현실감이라고는 없다. 이츠키는 사이드 테이블에 놓인 동화책을 집어 들어 천천히 책장을 넘기기 시작했다. 삑, 삑, 건조하고 서늘한 기계 돌아가는 소리가 차츰 멀어진다.

 

 

 신념을 품고 출발한 여행자는 이미 셀 수 없이 많은 나날을 길 위에서 보냈다. 때때로 민가에서 묵어 가는 적도 있었고, 소문을 듣고 눈을 빛내는 마을의 젊은이들과 합류하기도 했으나 다들 얼마 지나지 않아 도중에 떨어져 나가버렸다. 그때마다 홀로 남은 여행자는 그저 걸음을 재촉할 따름이었다. 그러던 어느날, 그에게 거대한 시련이 닥쳐왔다. 사방이 탁 트인 황망한 사막을 걷던 도중, 망각의 비가 내리기 시작한 것이다.

 

 

 이츠키는 잠깐 책을 덮고 잠든 이의 얼굴을 확인한다. 아니, 잠들었다고 말해도 될까? 뻗어나간 손은 막힘 없이 새하얀 이마에 닿았다. 숨을 삼키자 일순 방 안에는 아무것도 남지 않은 것만 같다.

 

 

 “카게히라.”

 

 

 수백 번도 더 불렀을 이름을 입 밖으로 꺼내 놓으니 이제는 도리어 이름 모를 감정이 단숨에 몰려왔다. 서로 다른 색의 두 눈동자를 감춘 눈꺼풀 위에 손을 올려보나 달라지는 것은 없다. 천천히, 그날을 복기한다. 기억의 파도가 밀려왔다가 물러난다. 남은 것은 없다. 전부 쓸려가 버렸기에.

 

 운명은 때로 많은 것을 앗아간다. 더욱 이따금 모든 것을. 어린 시절 눈에 담았던 수라장은 여전히 생생하다. 병원 건물을 나와 집으로 향하는 내내, 이츠키는 단 한 번도 입을 열지 않았다.

 

 

 “어머, 슈 군. 늦었네.”

 “…부탁이니 말 걸지 말아주겠어?”

 “으음~ 알았어. 근데 ‘그 아이’가 오전에 집을 나가더니 들어오지 않는걸.”

 “….”

 “반지도 빼버렸어. 동화책도 찢어져 있었고.”

 

 

 높은 목소리, 현실감이 느껴지지 않는 드레스. 녹색의 눈동자가 햇빛을 받아 어른거렸다. 허리를 훌쩍 넘는 길이의 금발이 나부낀다. 눈이 부시다. 무심코 눈을 감았다 뜬 뒤에도 여인은 사라지지 않는다.

 

 

 “어떻게 할 거야?”

 “숲은 꽤나 깊어. 그것이라면 분명 헤매다가, 내가 나무에 매어 둔 리본을 되짚으며 집으로 돌아올 테지.”

 “찾으러 갈 것처럼 들리지는 않네.”

 “…찾으러 가지 않을 거니까.”

 “매정해라, 아직도 그 아이를 대체품쯤으로 생각하는 거야? 가엾기도 하지.”

 “정확하군. 그건 애초에 그러라고 만들어진 것이니까, 문제 될 건 없다는 게야.”

 

 

 언제부터였을까, 문득 현기증이 일어 탁자를 붙들고 머릿속을 갈무리했다. 분명 카게히라가 ‘사고’를 당해 의식을 잃은 즈음이었으리라. 학교가 파한 뒤 집안에서 따로 얻은 자그만 별채로 향했을 때는 웬 불청객이 자리하고 있었다. 긴 머리카락, 초록색 눈, 온화한 미소. 섬뜩하리만치 익숙하고 아름답고, 따스한 여인은 분명 제 구체 관절 인형의 원형이자, 한때 돌아가고자 했던 모형 정원의 구심지였다. 어째서 아끼던 인형을 빼닮은 사람이 나타났고, 그와 동시에 정작 인형은 흔적도 없이 사라졌는지는 알 수 없는 일이었으나 이츠키에게는 일련의 사건에 의문을 제기할 힘조차 없었다.

 

 슈 군, 그 아이가 보고 싶어? 인형 - 이었을 여인 - 의 물음에 그저 그것밖에 프로그래밍 되어 있지 않은 오토마타인 양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만나게 해줄까? ‘웃고 말하고 움직이는’ 그 아이를. 뒤이은 말에도 분명 같은 반응을 보였으리라. 정신을 차렸을 때는 모든 것이 제 자리로 돌아와 있었다. 저마다가 있어야 할 곳으로…. 단 한 가지 걸리는 점이 있다면 그 아이와 똑같은 ‘인형’이 제 눈앞에 나타났다는 것이었다. 서로 다른 색의 두 눈을 빛내며, 잘도 저를 스승님이라 칭하는, 종종 바늘을 든 손을 헛놀리고 집안 곳곳에 사탕을 떨구기 일쑤이지만 결코 카게히라와 같을 수 없는 모조가. 본래 비과학적인 일은 믿지 않는 신조였으나 굳게 감은 눈을 뜰 생각조차 않는 그 아이를 문병하고 돌아온 집에서 그걸 본 순간, 저도 모르게 두 손을 맞잡으며 말을 할 때마다 송곳이 되어 심장을 파고드는 음절을 내뱉고 말았다.

 카게히라, 라고. 그 말을 들은 모조품이 웃었다. 하얗게 흐드러지는 미소는 당장에라도 붙들어두지 않으면 흔적도 없이 바스라져 세상에 존재하지 않게 되어버릴 것만 같았다. 그것마저 어쩌면 그리도 그 아이를 닮았을까, 헛웃음에 가까운 기이한 목소리를 내며 저를 끌어안아 한참동안 놓아주지 않는 이츠키를 그것은 책하지 않았다.

 

 

 곁에 있지만 곁에 있지 않다. 그 기이함에 몸서리 치면서도 이츠키는 꼭 모조품을 제 곁에 두고 어디로도 가지 못하게끔 했다. 애초에 붙들어두지 않아도 멀리 가지는 않을 성싶은 게 카게히라와 판박이였지만, 그래도 역시 불안해서. 그것에게 쏟을 수 있는 마음은 한정되어 있다는 걸 알면서도. 아침이면 교복을 차려입고 학교와 엄연히 반대 방향인 대학 병원으로 향하는데도 그런 저를 굳이 마중까지 나와주며 손을 흔든다. 아마 제 뒷모습이 골목길을 돌아 보이지 않게 될 때까지 그러했겠지. 카게히라는 늘 그랬으니까. 그 무렵 이츠키는 병원 지하의 서점에서 카게히라가 좋아할 만한 동화책을 두 권 샀다. 은박이 들어간 눈의 결정이 큼직하게 그려져 있고, 뒤로는 파르라한 성이 자리한 표지. 잠들어있는 이를 깨우기 위한 모험을 떠나는 이야기라고 했다. 동화책 치고는 제법 두껍기에, 오랫동안 읽어줄 수 있을 것 같은 생각에 카게히라의 병실에 한 권을 가져다 놓고 남은 한 권은 집으로 가지고 온 참이었다. 그걸 그가 발견한 것이겠지. 이츠키는 이마를 짚으며 소파 등받이에 몸을 묻었다. 물 먹은 솜처럼 온몸이 무거웠다.

 

 

 "정말 가지 않을 거니?"

 "…혼자 있고 싶다는 거다."

 "여전히 아이 같은 말을 하는구나."

 "마드모아젤… 이제 아무래도 상관 없어. 카게히라가 없는데 대체 무엇이 어떤 의미를 갖는다는 거지?"

 "슈 군이 그랬잖아? 미카 쨩을 보고 싶다고."

 "그건 - "

 

 

 당장에라도 세상을 암흑으로 끌어내릴 것만 같은 눈꺼풀을 간신히 치켜 올리고 그녀를 노려보았다. 이글대는 보라색 눈동자에 빠르게 눈물이 차올랐다. 분노도 증오도 아니었다. 지쳤을 리도 없었다. 기다리는 일이라면 분명 저보다 카게히라가 훨씬 더 오랫동안 했었을 테니. 도자기처럼 창백한 뺨으로 눈물이 흐르는 줄도 모르고 이츠키가 소리쳤다.

 

 

 "너는… 나와 약속하지 않았었냐는 게야."

 "…."

 "나는 이제 자라버렸어, 환상은 그저 환상일 뿐이라는 걸 뼈저리게 깨달았으니까. 그런 나에게 네가 말하지 않았나. 만월이 뜨는 날이면…"

 

 

 분을 이기지 못하고 힘껏 그러쥔 손톱 아래로 핏기가 모여들었다. 말을 채 마치지도 못한 이츠키의 손을 그녀가 부드럽게 이끌어 창가로 데리고 갔다. 낮인데도 창 밖이 어둑하다 싶더니 어느 틈엔가 무섭게 비가 내리고 있었다. 꼭 하늘이 찢어지기라도 한 것처럼. 표정이 차츰 일그러지는 게 말끔히 닦인 유리창에 여과 없이 비춰졌다. 눈 깜짝할 사이에 저를 밀치고 달려나가는 이츠키를 그녀는 막지 않았다. 거세게 닫힌 반동으로 여전히 불규칙한 울림을 내뱉고 있는 현관문의 풍경을 한참동안 그저 바라보고 있을 따름이었다.

 

 

 망각의 비, 여행자는 그 이름을 알고 있었다. 어째서 단 한 번도 조우한 적 없는 것의 이름을 기억하고 있는지 알 길은 없었으나 어깨 너머로 듣기에 그건 아주 강력하고 슬픈 것이라 했다. 소중하게 간직해온 것을 잊을 수밖에 없게 만드는 빗방울. 여행자가 급하게 눈에 보이는 처마 밑으로 몸을 숨겼으나 빗발은 그칠 줄을 모르고 오히려 점점 더 거세져만 갔다. 여행자는 느리게, 아주 느리게 잊어서는 안되는 것들을 복기하기 시작했다. 얼음성에 도착해서 가장 아름다운 이를 깨우기 전까지는 멈출 수 없다. 얼음성에 도착해서, 사람의 체중을 이고도 용케 무너지지 않는 파르라한 계단을 딛고 성의 심층부까지 올라가, 거울의 방으로 가야만 한다. 얼음성에 도착해서… 영원에 가까운 잠을 자고 있는 사람을 깨워야만… 눈치도 모른 채 자꾸만 감기려는 눈을 홉뜨며 그는 어디까지 왔는지 확인할 요량으로 지도를 꺼내어 살폈다. 물안개가 아스라이 이는 눈앞으로 문득 희고 낯선, 동그란 것이 날아들었다. 별이나 반딧불도 아니면서 반짝반짝 빛나는 그것은 여행자의 손바닥에 닿자마자 꼭 눈송이처럼 빠른 속도로 녹아갔다. 누구도 그게 무엇인지 말해주지 않았으나 그는 곧장 알 수 있었다. 이건 사람의 혼이라고. 머릿속을 스치는 직감과 함께 여행자는 자신이 여기까지 걸어온 목적 역시도 손바닥 위로 한순간에 사라져버렸다는 것을 깨달았다. 허망하게 올려다 본 하늘에서는 여전히, 여전히 비가 억수같이 퍼붓고 있었다. 어제의 달은 달무리가 끼어 있었지, 뒤늦게 떠올려도 이제는 소용 없는 일이었다. 만월은 지나갔고, 돌아오지 않는 것은 돌아오지 않는 법. 그는 한참동안이나 고장 난 나침반처럼 우두커니 서서는 하늘을 올려다 보며, 망각의 비가 어깨를 적시도록 내버려두었다. 오랫동안, 모든 것을 잊어버릴 수 있을 정도로 충분히.

 

 

 "카게히라!"

 

 

 비에 젖어 땅이 미끄러운 탓에 자꾸만 발을 헛디뎠다. 어디로 가야 하는지도, 무엇 때문에 이렇게나 달리고 있는지도 알 수 없었다. 소중하지 않다고, 그저 대체품에 불과하다고 그렇게나 큰 소리를 치지 않았던가. 급하게 달려나오느라 우산도 챙기지 않았으니, 집으로 돌아가거든 필시 그녀의 매서운 눈초리가 기다리고 있을 테지. 제 심장이 뛰는 소리가 손에 잡힐 정도로 귓가에서 쿵쿵 울리고 있었다. …카게히라! 한 번 더 목청이 떨어져 나가도록 그 이름을 외치며 이츠키는 근처의 나무를 짚고 숨을 골랐다. 카게히라를 닮아 길눈이 어두운 그것이 행여 헤매일까, 노파심에 초록색 끈을 단단히 매어둔 그 나무였다.

 

 심호흡을 해보지만 뜻대로는 되지 않았다. 숲이 저를 가둬버린 것만 같다. 아무리 외친다 해도 필시 어디에도 가 닿지 못할 것을 안다. 이다지도 크고, 이다지도 황량하고, 이다지도… 고독한 감옥이 있었던가. 기억이 나지 않는다. 돌이켜보면 그 아이가 자신을 부르지 않게 된 뒤로는 늘 고독했으니까. 가팔라진 호흡을 갈무리할 틈도 없이, 안개가 자욱하게 일어나는 시야로 가늘고 기다란 인영이 걸어들어왔다.

 

 

 "카게히라!"

 

 

 다시 한 번 소리를 내어 불렀다. 용케 갈라지지 않은 음성이 그럼에도 기분 나쁜 메아리가 되어 귀에서 웅웅 울렸다.

 

 

 "아, 스승님이네."

 

 

 무에 그리 여유로운 것인지 그 아이가, 아니, 그 아이를 쏙 빼닮은 모조품이 아직 눈에 보이지 않는 얼굴을 하고 이쪽으로 다가온다. 이츠키는 무심코 제 가슴께를 부여잡으며 흐려지는 시야를 다잡았다. 이미 비에 푹 젖을 대로 젖은 몸이 무겁다 못해 시리도록 뜨겁다. 필시 감기에라도 걸릴 모양이지.

 

 

 "너란 녀석은, 비가 오는데…!"

 "미안, 스승님. 나왔을 때만 해두 비는 안 왔었는데, 갑자기 쏟아져가 잠깐 갈 곳을 모르구 있었다 아이가. 내 찾았나?"

 "네가 나였더라면 잘도 손을 놓고 있었겠구나! 여기까지 찾으러 온 게 보이지 않느냐는 게야!"

 "…으응, 미안타. 내 역시 걱정시켰네. 근데 스승님, 우산도 안 쓰구 걸칠 것도 없이 교복 차림이구…."

 "……그만, 그만하라는 거다…."

 "응?"

 

 

 왜 나에게, 자꾸만 나에게 헛된 꿈을 꾸게 만드느냐고. 몽상가는 진즉에 졸업해야만 했던 나에게. 간신히 딛고 서있던 다리에 힘이 풀려 반쯤 주저앉은 모양새가 되어서도 말문은 끊이지 않았다. 열에 취해 머리를 거치지 않고 곧장 튀어나오는 문장은 누굴 상처 입히기에 적격이었으나 그런 걸 생각할 처지조차 되지 못했다.

 

 

 "왜, 나를 다시 나락으로 끌어들이는 게야…"

 

 

 알고 있었다. 그 아이는 아무런 잘못도 없고, 그저 자신의 아집이 만들어낸 비극이라는 걸. 사랑스러운 연인을 그만 놓아줄 때도 되었는데, 그걸 인정하지 못하고 어느 구천에라도 붙들어매는 추악한 짓을 하고 있는지도 모르는 것을. 그럼에도 다시 그 아이의 흔들리는 낯을 앞에 두고 역정을 내버리고 마는 것은, 끝끝내 바닥을 드러내버리는 것은.

 

 

 "스승님, 내 다 알아버렸데이. 스승님에게는 내가 달갑지 않은 것두 다 이해한다."

 "…너는, 뭐든지 남들보다 한 박자 느리니까 놀라운 일도 아니다만."

 "그 동화책, 사오고서도 후회했제? 스승님의 이야기랑 너무 닮아있으니까…. '내'는 깨어나지 않구, 스승님은 지쳐가구. 당연한 기다."

 "…."

 "스승님이 매일같이 보던 하늘에서, 달은 이미 져버린 기제. 만월을 그래 기다렸는데…."

 

 

 눈앞의 세상이 한 바퀴를 핑 돌고서 다시 제자리로 돌아왔다. 이츠키는 카게히라가 내민 손을 애써 무시하며 나무에 등을 기대고 필사적으로 동화의 마지막 장면을 기억해내려 애썼다. 더 걸어갈 힘을 잃은 여행자는… 망각의 비에 스스로를 내맡긴 채 구멍 난 하늘이 신의 바늘로 다시 기워질 때까지 한참동안 그 자리에서 움직이지 않았더랬다. 언제 비 같은 게 내렸느냐는 듯 깨끗하게 갠 하늘에는 두 번 다시 보름달이 뜨지 않았고, 몰려오는 피로감에 푹 잠들었다가 깨어난 여행자는 어째서 자신이 살던 마을에서 한참 떨어진 이곳까지 와 있는 것인지 의문을 품으면서도 왔던 곳으로 되돌아가기 시작했다. 손바닥에는 눈송이처럼 희게 빛나는 자국이 아프지 않은 흉터처럼 남았지만 왜 그런 것이 생겼는지도 기억나지 않았다. 마을로 돌아와 알음알음 옛 일기를 찾아냈을 즈음, 얼음성에 대해 사람들에게 물어보아도 그런 걸 알고 있는 이는 없었다. 꼭 한바탕 대설이 내려 모든 것을 하얗게 쓸어가버린 것만 같았다…. 무작정 내리는 것이 빗물인지 눈물인지도 알 수 없을 만큼 엉망이 된 얼굴로, 이츠키가 고개를 치켜 들고 카게히라를 바라보았다. 입술을 달싹이는 건 이츠키였으나 먼저 말을 이룬 것은 카게히라였다.

 

 

 "스승님이 잘못한 게 아이다. 나쁜 건 신이제, 응? 보름달이 뜨지 않는 기, 또 보름달이 뜬다캐도 '내'가 눈을 뜨지 않는 기… 와 스승님 탓이겠나."

 "…나는. 나는, 카게히라…."

 "응, 인자 내를 그래 불러주네."

 

 

 달이 차오르기만을 간절히 기다리고 있었다. 이제는 다 흘러가고 없는 유년기의 흔적과도 같은 인형이, 보름달이 뜨거든 그 아이가 눈을 뜰 거라고 말했으니까. 동화 속의 만월은 떠나간 이들이 다시 돌아온다는 증표였으니까. 그 목소리는 실재하는 것이 아니라 단지 제게만 들리는 환청이라는 걸 알면서도 실낱 같은 그걸 힘껏 붙들었다. 가짜가 곁을 따라붙으며 스승님, 살갑게 그리 불러도 애써 모른 체했다. 어차피 같은 환상 속에서 살고 있는 것은 매한가지인 주제에, 어차피 달은 뜨지도 않는 걸 알고 있으면서…. 억겁을 참았던 울음이 그제야 목을 뚫고 터져나왔다. 둘 중 누가 울고 있는 것인지도 알지 못했다. 인형도 눈물을 흘렸던가, 카게히라가, 그 아이가 울 줄 알게 되었을 때는 이미 인형 같은 게 아니었는데. 그때는 이미…. 스승님, 내랑 같이 가자, 내는 아무 데도 안 가니까 걱정하지 마라, 제게 빌며 매달리는 '카게히라'의 목소리가 차츰 멀어져 갔다. 무거운 머리로 그의 품에 무너지다시피 기댐과 동시에, 천천히 세계가 암전되었다. 꿈도 없고, 연인조차 없는 완전한 밤이었다. 메아리가 되어 울리기에는 채 멀리 뻗어나가지도 못한 말소리만이 끊임없이 귓가를 감싸올 따름이었다.

 

 

 병원에서 부재중 전화가 몇 통이고 와 있었다. 어떤 이유로 걸려온 것인지는 이미 알고 있었다. 이츠키가 눈을 떴을 때, 거짓말처럼 비는 그친 뒤였으나 감각만이 그때의 살갗을 파고들던 냉기를 되살려 주려는 듯 선명하게 살아 따끔거렸다. 역시 감기였다. 방 문이 열리고 마드모아젤이 걸어들어오는 게 보였다.

 

 

 "…어떤 말이든 해도 좋아. 나는 무책임한 인형사니까."

 "그래도 그 애를 데리러 나갔잖아? 그것만으로도 대단하게 생각한단다."

 "결국에는 그게… 카게히라가 날 데리고 들어오는 걸 보고도 그런 말을 하는군."

 "열이 덜 내린 거니? 그 애는 아직 돌아오지 않았어."

 "…무슨 말이지?"

 "어제 숲에서 돌아온 건 슈 군 하나뿐이었는걸."

 

 

 의중을 알 수 없는 녹색 눈. 한때는 그리도 따스했던 두 눈에 시선을 고정한 채 이츠키는 느리게 침대에서 몸을 일으켰다. 무심코 내뱉은 혼잣말의 파동이 그 아이의 이름을 닮아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만류하는 그녀를 뒤로 한 채 카디건을 꿰어 입으며 무작정 밖으로 향했다. 숲, 숲으로 가야만 하는데.

 

 

 "…카게…"

 

 

 무리하게 움직인 탓에 몸 곳곳이 비명을 지르는 것만 같았으나 도저히 멈출 수가 없었다. 그마저도 멀리는 가지 못하고 한 자리에 멈춰서서 숨을 고르고 있자니, 가까이에서 귀에 익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스승님, 다시 왔네."

 "…어제는 왜, 같이 들어오지 않았지? 그렇게도 진짜 카게히라인 양 굴더니만, 그 아이의 비보를 듣고는 도저히 붙어있을 요량이 없었던 모양이군."

 "……응, 스승님도 알아버렸구나."

 "…."

 "내, 실은 그래서 집에 들어가지 못했던 기다. '내'는 이제 이 세상의 사람이 아이니까…."

 "알아듣게끔, 말하라는 게야."

 

 

 답지 않은 부탁을 들었다는 듯 카게히라가 어깨를 으쓱해보였다. 살풋 얼굴을 찡그리는 게 웃는 것도 같고,

 꼭 우는 것도 같았다. 그러는 모양새가 마치 당장에라도 눈앞에서 사라져버릴 것만 같아서, 노파심에 손을 뻗어 어깨를 붙잡았다. 쉽게도 손에 잡히는 어깨는 무척이나 깡마른 게 대번 느껴졌다. 꼭 진짜 카게히라처럼.

 

 

 "스승님, 내를 미워하지 말아도…. 내는 사실, 스승님이 사랑했던 카게히라 미카니까."

 "…더 말해보거라."

 "내가 그래 되구서, 꿈 속에서 마드 누나를 만났데이. 의사 선생님이 그랬제, 내가 다시 깨어나는 건 힘들 거라구. 내는 가족도 스승님밖에는 없으니까 분명히 그걸 제일 먼저 들었을 텐데… 그래두 내를 포기하지 않았데이. 내 옆에서는 울지도 않구, 날마다 예쁜 꽃이랑 책을 사와주구. 그게 너무 고마운데, 또 너무 미안했다."

 "…."

 "마지막으로 고맙다는 말을 할 수 있으면 좋겠다구, 그래 생각하고 있었데이. 그때 마드 누나가 내한테 말을 걸어준 기다. 비이성과 비과학의 힘을 딱 한 번만 빌려보자면서…. 내는 그런 어려운 건 잘 모르지만, 다시 한 번 스승님을 볼 수 있으면 그걸로 된 거니까…… 사람이 인형 행세를 한 기다. 내 혼을 쪼개어서 행동력을 만들었데이."

 

 

 그러다가 너무 힘들어서 또 뛰쳐나와삣는데, 진심은 아니었다 안카나…. 미안, 스승님. 내 멀리 못 간 거 보이제? 머쓱하게 얼굴을 긁적이며 한다는 말이 어김없는 사과다. 한데 모여서 말이 되지 못한 글자가 빼곡히 머릿속을 유영하는 게 느껴졌다. 아마도 카게히라에게 보이는 제 표정은 무참히 일그러져 있었을 거라고 생각한다. 그 기저에 깔린 감정은 끝내 들키고 싶지 않았던 고통이었을 테고. 가장 소중한 이를 닮은… 가장 덧없는 존재. 차라리 끊어내고 싶었던 연쇄의 끄트머리에 간신히 두 발만으로 버티고 서있는 이츠키를 밀친 것은, 당연하게도 그 자신이었다. 나는 이렇게 다시 너를 사랑함으로써 나를 어리석은 지옥으로 밀어넣는구나…. 지옥 언저리, 언젠가 약조했던 문턱에 와서야 겨우 그걸 깨닫다니 이 얼마나 또 무지몽매한 인간이란 말인가. 이츠키는 울지 않으려 애쓰며 한 자씩 말을 씹어 뱉었다.

 

 

 "그게 뭐가 어쨌다는 말이지? 네가 진정 카게히라라면, 당장에라도 집으로 돌아오면 될 게 아니더냐. 인간의 생사 같은 허술한 장치로는 너와 나의 무대를 끝낼 수 없어. 나는 이제 이런 건 두렵지 않아… 응?"

 "스승님, 또 거짓말하네."

 

 

 실은 알고 있었다. 그리고 눈앞에 있는 게 '진짜' 카게히라라면, 제가 거짓으로 꾸며내고 있다는 것쯤은 쉬이 간파하리라는 것 역시도, 물론 알고 있었다. 내, 인자 돌아가야 한데이…. 필시 많은, 아주 많고도 불필요한 상처를 안고 있을 그 아이가 그렇게 말했다. 세상의 섭리라는 건 쓸데없이 정교해서, 톱니바퀴가 하나만 빠지더라도 눈에 띄지 않는 곳부터 천천히 무너지는 법이라. 내는 인제 스승님의 명을 축내게 될 기다, 내가 몸을 떠나서 있을 수 있는 시간은 한정적이니까, 응? 스승님….

 돌아가겠다고 한다. 차라리 듣지 않았더라면 좋았을 말만 무방비하게 맞은 비처럼 전부 들어놓은 주제에, 이런 저를 위해 사라지겠다고. 어깨를 고쳐 쥐려고 손을 놓은 사이에 이미 잡지도 못하게 흐려져가는 카게히라를 허망하게 바라보고만 있었다. 황망한 바람이 둘의 사이를 가르고 지나갈 동안, 카게히라는 그저, 그저 그것밖에는 모르는 것처럼 새하얗게 웃고 있을 뿐이었다. 꼭… 기억 속의 언젠가처럼.

 

 

 "스승님, 마지막 인사데이."

 

 

 순간 마른 낙엽을 남김없이 쓸어가버릴 듯 매섭게 몰아치던 바람이 봄의 그것마냥 따스하게 내려앉았다. 저도 모르게 무릎이 꺾여 주저앉고 만 이츠키의 주위로 모여든 공기가 이내 조용히 가라앉았다. 손바닥 위에는 채 희어지지도 못한 검은 깃털 하나가 떨어져 있었다. 어디에서 온 것인지는 금세 짐작할 수 있었다. 꼭 꿇어앉은 것만 같은 모양새로 무거운 고개를 들어 올려다 본 하늘에서, 아주 느리게 눈이 내리기 시작했다. 함께 맞기 시작한 지 그리 오래지도 않은… 그 아이의 생일이면 으레 그랬듯이, 길게 소복이 내리는 눈이었다. 몸 위로 가만가만 눈송이가 쌓였지만 감히 그러쥐지 못한 깃털은 바스라지지도 날아가지도 않은 채 거기 있을 따름이었다. 조각상처럼 움직이지 않는 그를 감싸안은 풍경은 그치지 않고 눈이 내리는 오브제로 화한다. 희게, 그저 하얗게…. 이윽고 모든 걸 덮어버릴 것처럼. 비로소 백색의 계절이다. 어떤 영혼이라도 눈꽃으로 피워내고 마는. 깨어서는 결코 가지 못할 높고도 먼 곳에 홀로 서있는, 깨질 듯한 유리와 얼음으로 이루어진 이야기 속의 성을 찾아가기에는 적격이었다. 지도도 없이 깃털만 든 무모하기 짝이 없는 여행자를 반기는 듯, 먼 곳의 철문이 삐걱거리며 열렸다.

 

 채비를 마친 여행자의 발 밑으로는 그림자가 고이지 않았다. 다시, 다시 길을 떠날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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